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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2 01:53 분류없음




지하철 플랫폼에 나오자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스무 살, 그때는 날이 맑아서 비린내가 나진 않았는데. 이상하지만 그때는 흐린 날 노량진에 온 적은 없었다.

낮시간이지만 내리는 비 때문에 날이 어둡다.

그때처럼 면바지에 폴로티를 입었다면 포장마차를 신기하게 구경했겠지만.

건물 유리창에 입고 나온 검정 정장을 확인해 본다. 검은 스타킹에 검정구두, 짧게 다듬은 어색한 검정 단발머리를 눈으로 대충 본 뒤 빠르게 걷는다. 우산을 챙겨 오질 못했다.

전화를 걸고 상담실에서 기다린다. 나는 개별 시험이 없이 곧장 면접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상담실에서 정시 성적표를 챙기고 수강신청을 해야 할 것만 같아 손이 간질거린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병아리 같은데 머리에 벼슬을 달고 부리로 쪼아야 한단다. 온화한 모습의 아저씨가 먼저 걸어 나가 문을 열어준다. 시스템실을 보여주겠단다. 자신은 이제 나이가 들어 보다 젊은이를 키워나가야겠단다. 담배를 피냐고 내게 묻는다. 커피를 한 잔주며 다음에는 스스로 타마시라고 말한다. 이 세계는 경쟁과 사기가 섞여있다고 씁쓸하게 담배를 핀다. 어색하다.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웃어보였다. 병아리가 붉은 벼슬을 단 기분이다. 벼슬을 단척은 할 수 있지만 벼슬이 날 삼킬 것 같다.

난 이미 수탉인데 내가 모르는 걸까? 아니면 저 아저씨가 내가 건넨 노란 명함을 보고 색맹이라 명함이 안보여요. 라고 말한 것처럼 내 노란 깃털을 보지 못한 걸까?


posted by 바람♪
2011/11/21 03:52 분류없음



베란다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연다.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발을 내딛으며 고민한다. 차갑다.
보이지 않는 공기를 가르며 걷는다. 평소처럼 숨을 쉬어 본다. 겨울눈 냄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차가운 공기에선 이제 그 날의 기억은 벽에 막힌다.

계절이 거꾸로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겨울이 지나 오는 가을을 봄이라 의미하기에는 해는 너무 텅 비어있다. 식물은 자라는 속도를 빨리해 가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겠지. 그리고 봄은 얼음이 얼기 전 준비를 하겠지.

터무니 없는 생각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터무니 없는 상상이다.
알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하게 되는 건.
알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하고 있는 걸 남들은 나의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도 이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내 시간 속의 나를 지울 수 없는데 어떻게 이별을 할 수 있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숨을 쉬고 걷고 노래하면서 헤어지는
길을 걷고 있다.
나는 매일매일 너와 헤어지러 가는 길이다.



posted by 바람♪
2011/09/22 02:20 분류없음
정말 예쁜 신발이 세일을 한다고 해서
내 발에 맞지 않는 걸 사서는 안 된다.

신발은 분명 신은 지 하루도 안 되어
발뒤꿈치에 생채기를 낼 것이고
그렇게 남은 흉은 흐려지기는 해도 없어지지는 않는다.

왜 내 사이즈는 세일을 하지 않느냐고 불평을 할 필요는 없다.
제 값을 주고 세일하지 않는 신발을 사 그 값어치대로 신으면 된다.



남자 둘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높은 톤의 억양이 들쑥날쑥한 목소리. 가만히 듣고 있어야 어디 사투리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듣고 있으면 어떤 내용인지 들린다.
어두운 밤에 반쪽짜리 달이 떠 있다. 이틀 전에도 반쪽짜리 달이었지만 그날보다는 더 작은 모습이다. 달이 차오르려면 아직 보름을 넘게 기다려야 겠구나.
'망월(望月)'
눈을 감고 잠이 들도록 오랜 시간 기다려 본다. 오늘은 어떤 칭찬을 해줄까. 어떤 힘내라는 말을 해볼까.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 것도 떠올릴 수가 없다.
'너는 반짝반짝 빛이나.'
반달 주위의 밤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인다.
posted by 바람♪